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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세계를 기반으로 하는 롤플레잉 게임들, 특히 일본식 롤플레잉을 하다보면, 중세풍 판타지 세계가 아닌 기계문명과 중세가 뒤섞인것 같은 약간은 특이한 세계관을 가진 게임을 만날 수 있다. 하긴 이런 세계관을 보여주는 에니메이션들도 꽤나 있다. 게임으로 치자면 파이널 판타지 씨리즈, 에니메이션으로 치자면 에스카플로네.

물론 이들 세계는 현실에서 볼 수 있는 화석에너지가 아닌, 마법에너지를 그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대개의 경우 마법에너지를 이용한 기계문명과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기반으로하는 중세풍의 문명이 어느정도 균형을 이루는 세계를 보여준다.

3차원으로 세밀하게 구성된 세계바라보면 아름답다. 저런곳에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절로든다.

이러한 세계에서 악의 근본은 이러한 균형을 무너트리려는 자들이다. 로스트 오딧세이에서 악당은 자신의 끝없는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마력을 무한으로 증폭시키고, 이는 세계의 균형을 깨트려서 붕괴직전으로 몰고 간다.

게임을 끝내고 나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류가 산업시대전단계와 산업시대 초기단계에서,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대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쪽으로의 발전을 선택했더라면, 무한한 욕망을 만족시키는 양적 팽창을 목적으로 하는대신, 쓸만큼 덜어쓰자 라는 질적삶의 풍요를 목적으로 했었다면, 우리의 세계는 훨씬 더 살만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들.

엔트로피는 이러한 조화로운 세계에(비록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겠지만)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의 세계관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을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우리는 기술을 이용해서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더욱 고도화된 기계를 만들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낸다면,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소유하게 될 것이고, 더 건강해질 것이며, 풍요로와 지고 행복해질 거라고 (당연스럽게) 생각해 왔다. 엔트로피는 이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 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엔트로피는 유용한 에너지가 무용한 에너지, 즉 쓰레기 에너지가 되는 상태로 진행하며, 그 방향을 역전시키는 것은 절대 불가능 하다고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에너지에 대한 소유의 욕구를 중단하지 않으면, 세계는 더 빨리 나빠지고, 더 빨리 파멸하고 말거라고 이책은 말하고 있다. 이책이 쓰여진게 1980년인데, 지금 세상은 이 책이 말하는데로 흘러가고 있다. 환경론자가 아니더라도 세계는 파괴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 더 나은 기술을 써서, 지금의 에너지 소비율을 그대로 유지한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있다. 여전히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다수일 테지만 -

이 책은 우리가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를 원한다면, 지금 우리가 가지는 세계관을 부숴버려야 한다고 하고 있다.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거라는 생각, 더 많은 에너지가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는 생각, 모든걸 제어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노움촘스키는 이것을 착각이라고 했다.

이 책에서 모델로 삼는 진보된 세계는 다음과 같이 묘사된다.

이 세계에서 에너지집약적인 거대도시는 필연적으로 붕괴된다. 대신 최대 5만 이하의 소규모 공동체가 기본단위가 된다. 이들의 생활방식은 좀더 노동집약적이다. 즉 재생가능한 자연에너지로 부터 난방과 정보활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를 얻으며, 먹거리의 많은 부분은 공동체내에서 자급자족한다. 어디에 필요한지 명확하지 않는 자원을 얻기 위해서 투자하고 경쟁하는 시간에, 서로 대화하고, 서로 더 이해하는 공동체 문화를 키워가기 위해서 노력한다. 축제는 일상적인 삶의 일부가 된다.

어떤 사람은 터무니 없거나, 현실적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심지어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의 상당수가 지금의 경체제제가 무너진다면, 그것은 금융위기 혹은 생태파괴 때문일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지금 세계가 돌아가는 것을 보면, 이러한 주장이 세계가 어서 빨리 망하기를 기원하는 비관론자들의 허무맹랑한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기계문명과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며, 우리에게는 성장만이 있을 뿐이라고 장미빛미래를 말해주는 시장주의자 기업 정부들까지도 심각하게 고려하는 충분히 현실화 될 수 있는 가정들이다. 이 책에서는 지금 세계의 붕괴를 필연이라고 주장한다. 연착륙이냐 경착륙이냐를 선택할 수 있을 따름이다.

이러한 세계에 거부감이 들 수 있는 것은, 기존에 우리가 좋아하던 직업이나 가치있다고 생각했던 소비품이나 생활방식이 필요없는 것이 될 거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육체노동을 저급한 것으로 취급한다. 근육을 써서 일을 하는 사람들 보다 책상앞에 앉아 머리를 쓰는 사람이 더 나은 대우를 받는다.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을 직간접적으로 차별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세계는 육체노동이 더, 중요시 되는 세상이다. 이웃을 위해서, 보일러를 수리해주는 사람, 자신 혹은 공동체의 다른 사람이 사용할 생활필수품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더 우대를 받는다. 여전히 화이트 칼라도 필요하고, 집적된 에너지를 사용하는 산업단지도 필요하긴 하겠지만 화이트칼라의 위상은 지금 같지가 못할 것이다.

이러한 세계에서의 프로그래머(:12)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프로그래머 역시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대기업에 고용되어서, 대량의 정보를 다루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게 아닌, 자신과 공동체가 정말로 필요로 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유지보수하는 일을 하게 되지 않을까.

우리는 누구나 거대하고 더 빠르고, 더 집적된 것이 더 가치가 있다고 당연스럽게 느낀다. 이런 조그만 프로그램에 만족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왠지 슬퍼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반드시 엄청난 규모의 프로그램을 만들어야만,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회사에서 만드는 프로그램은 을 받고 파는 매우 거창한 프로그램일 것이다. 그러나 많은 프로그래머들이 취미로 집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오히려 더 많은 기쁨을 느낀다. 자기가 하고 만드는 것이니까. 노동의 결과물 자체가 자신의 가치가 되는 것이니까.

또한 이러한 소프트웨어 개발방식은 자유소프트웨어(:12)가 지향하는 바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세계는 이 책에서 얘기하던 바대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세계는 어떻게 변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