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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는 저서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에서 ‘맥킨토시(맥)'와 ‘도스'를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에 비유했다. ‘맥'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아이콘만 누르면 자신이 원하는 작업을 바로 할 수 있다. 이런 연유로 신자가 따라야할 절차를 체계적으로 일러주는 ‘가톨릭'과 비슷하다. 반면, ‘도스'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령어로 직접 불러와야한다는 점에서, 성서를 개인의 의지대로 자유롭게 해석하는 ‘프로테스탄트'와 비슷하다. 이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의 비유는 단순히 ‘맥'과 ‘도스'의 관계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이는 ‘사이버 유토피아’라 불리는 인터넷 세계에서도 적용된다. 특히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위키피디아(위키)와 ‘브리태니커'의 관계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다. 둘 다 ‘온라인 백과사전’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지만, 브리태니커는 기존의 백과사전처럼 사이트에서 정보를 일괄적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위키피디아는 오픈소스로 운영되는 ‘열린' 백과사전이다. 네티즌들이 직접 만드는 백과사전이란 뜻이다. 네티즌들이 쉽게 사전 내용을 올릴 수 있고, 다른 사람이 올린 것 중 틀렸다고 생각하는 내용은 직접 편집해 바로 잡을 수도 있다. 물론 무료로 사전 내용을 열람할 수도 있다. 이는 '정보는 나눌수록 커진다'는 리눅스 정신에 기반한 것이다.

“백과사전의 대명사로 불려온 브리태니커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것은 아니냐”는 의문이 들 정도로 최근 위키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위키페디언(위키 백과사전을 사용하는 사람들)', 위키피디아홀릭(위키 중독) 등의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이 백과사전의 인기이다. 하와이어로 '빨리빨리'라는 뜻인 ‘wiki wiki'에서 이름을 따온 것처럼 위키는 데이타 업데이트 속도가 무척 빠르다. 또 조회수(하루 평균 870만여건)나 수록 건수(34만여건) 면에서 브리태니커보다 월등하다. 2001년 1월 창립후 지금까지 불과 4년 7개월동안 쌓여진 데이타다. 만약 영어판이 아닌 타 언어로된 것들을 모두 합하면 이 숫자는 훨씬 늘어난다. 위키미디어 재단 대표인 지미 웨일스조차 'The dallas morning news'와의 인터뷰에서 '놀랍다'는 소견을 내놓았을 정도이다.

위키는 1995년 미국 프로그래머 워드 커닝햄의 아이디어로 출발했고, 서버 등의 관리는 위키미디어 재단 (대표 지미 웨일스)이 담당하고 있다. 상근 편집진은 없고, 1천 2백명의 자원자들로 구성된 편집자들이 네티즌들이 올린 글의 정확성, 저작권 침해 여부 등을 검증하고 있다. 이 편집자들은 보통 학계 전문가이다.

위키피디아 메인 페이지에는 ‘주목할 칼럼', ‘오늘의 소사', ‘최신 시사', ‘업데이트 목록' 등이 있다. 검색기능도 지원된다. 만약 내가 ‘cat'을 검색하면 고양이에 대한 설명글이 주르륵 뜬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편집(edit) 란이 있어 누구나 자유롭게 그 글을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본문 내용이 틀리다고 생각되면 그 내용을 직접 고치면 된다. 또한 틀렸다고는 생각되나 확실치 않은 것은 토론(discussion)란에 그 문제에 관해 기술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진행과정이 역사(history)로 기록된다. 이는 우리나라의 한 포탈에서 제공하고 있는 지식 검색과 비슷한 이치이나, 백과사전이라는 틀을 지니고 있고 원본 내용을 수정해가며 좀 더 정확한 문서를 만들어나간다는 점에서, 또 해당 문서에 대한 토론이 함께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많은 차이점이 있다. 그렇다면 위키피디아에서 제공하는 정보의 정확도는 어느정도일까? 실제로 외국 저널이나 논문 중에서도 위키피디아 내용을 인용하는 사례가 계속 늘고 있다. 또한 전문가 그룹과 수십만명의 네티즌들이 내용을 계속 수정해주고 필요한 내용은 덧붙여 놓기 때문에 본문 글이 점점 다듬어져 나간다. 만약 틀린 내용을 쓰거나 정확하지 않은 영어를 사용하면 어느틈엔가 고쳐져 있다. 실제로 한 문서에 ‘France'란 단어를 ‘America'로 바꿔놓았는데, 그 후 1분도 안되어 고쳐져 있었다. 또 만약 잘못된 정보를 올리거나 장난을 치는 네티즌이 있으면 탈퇴 등의 조치가 따른다.

이에 지미 웨일스는 위키피디언들에게 ‘NPOV'를 지켜줄 것을 부탁한다. NPOV란 ‘중립적인 관점(Neutral Point Of View)'이다. 그런데 가끔 중립적이기 힘든 문제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에는 그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얼마전에는 로만어로 된 위키디피아에서 예수(Jesus Christ)의 스펠링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토론이 있었고, 요즘에는 '호주 영어'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식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위키피디아홀릭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위키가 인기를 얻은 이유는 단순히 ‘무료', ‘수록건수'의 문제가 아니다. 네티즌이 ‘직접' 참여한다는 사실이 위키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이는 현재 네티즌이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수동적으로 사용하기만 하는 '맥' 체제에서, 각자가 능동적으로 인터넷을 이해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려는 ‘도스' 체제로 넘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에코가 언급한대로 누구나 ‘도스 체제'에 닿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또 도스체제로 넘어감에 있어 책임감이 뒤따른다는 것도 알아야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위키라는 공동 창조물이 네티즌들의 변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