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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유목민

최근들어 "유목민"이라는 단어가 주목받고 있다. 아마도 디지털 유목민이 21세기의 새롭고 진보적인 삶의 방식으로 소개되면서 부터인 것으로 생각된다.

특정한 방식이나 삶의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아 다니는 것을 유목주의라고 하며, 이것을 노다미즘(:12)이라고 부른다. 디지털 유목민이라는 것은 이 노다미즘에서 생겨난 하나의 생활 부류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유목주의는 디지털 분야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생활영역에서 발견이 된다. 매일 매일 새로운 쇼핑거리를 찾아서 백화점과 온라인 쇼핑몰을 돌아다니는 쇼핑 유목민. 매일 매일 새로운 여행거리를 찾아다니는 여행 유목민. 매일 매일 새로운 학원을 찾아다니는 학원 - 사교육 - 유목민. 성형 유목민. 몸만들기 유목민 아뭏든 유목주의가 침투하지 않은 곳이 없다.

유목적 생활이 정말 진보적인 생활 양식 인가 ?

당연히 언론은 노다이즘이 우리가 지향해야될 생활 양식인 것이라고 말한다. 모든 광고가 노다이즘을 찬양한다. 이러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진취적이며,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며 쿨하게 사는 전문가로 묘사한다.

정말 그럴까 ?

일반적으로 광고에서 칭찬해 마지 않는 어떠한 양식은 자본에게 더 많은 자본을 몰아주기 위한 불순한 목적을 가진 경우가 많다는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정말로 유목적 생활양식이 그렇게 멋진 생활양식인지를 한번쯤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게 되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소수로의 자본집중은 거의 반드시 발생하는 사회현상이라는 것은, 이제와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분명한 현실이며 사실이다. 자본주의를 찬양하는 사람들도 이러한 점은 인정한다.

이러한 자본주의 체제에서 소수에게 더 많은 부를 가져다주기 위해서는 하위 계층에서 자본이 축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본이 소수를 향해서 계속 위로 흐르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만약 자본이 머무르게 된다면 그래서 충분한 자본을 축적하게 된다면, 그들 중 상당수는 자본주의라는 게임의 룰 - 무한 성장, 무한 경쟁, 의미없는 노동 - 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산층에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중산층이야 말로 자본을 축적적할 만한 여력을 가진 계급이기 때문이다. 그 하위 계층은 그닥 신경쓸 필요가 없다. 하루먹고 하루살기에 급급해서 자본을 축적할만한 여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위 계층은 강자와의 동일시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삶을 짓누르는 자본주의를 오히려 긍정적인 삶의 방식으로 내면화 시켜버리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예컨데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식의 자기방어기재가 작동하게 된다는 거다. 2MB 정권의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정책들에 대해서 그 직접적인 피해당사자가 될 수 있는 하위계층 보다 중산계층이 오히려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럭저럭 먹고살만한 중산계층이 자본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게 트랜드이다. 우리는 트랜드를 따라서 사는 삶의 방식이 쿨하고 멋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기실 트랜드라는 자본이 쓸모없는 상품을 계속소비하도록 만든 소비시스템이다.

왜 ? 기술이 좋아지면서 상품이 고장이 나지 않게 되니까. 포디즘에 의해서 노동자에게 여유를 줘서 상품소비 여력을 줬는데, 상품이 고장나지 않게 된다.!! 이거 큰일이다. 자본은 무한하고도 계속적인 성장을 담보로 유지되는 시스템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불량상품을 만들어 낼 수 없는 일이고. 그래서 물리적 내구력 대신 트랜드라는 심리적 내구도를 만들었다. 멋이 없어서, 남보다 뒤쳐지는 것 같아서 충분히 쓸만한 상품을 폐기처분하고 새로운 상품을 소비하도록 하는 거다.

일석이조다. 자본은 계속 상품을 팔 수 있으며, 노동자로 하여금 쓸모 없는상품을 구매하는데 노동의 댓가를 소비하도록 만들 수 있으니 말이다.

노다이즘이란 이러한 트랜드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 - 물론 노다이즘이 최근에 생겨난 사상이 아니며 부정적인 의미만을 내포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노다이즘이 실천되는 모습을 보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 PDA, MP3 Player, RFID, 핸드폰, 스마트폰, 노트북, 디지털 카메라로 무장하고 이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knowhow를 가진 사람을 디지털 유목민이라고 한껏 추켜세우지만, 결국 그러한 것을 구매할만한 계층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상품을 소비하도록 만드는 선동일 뿐이다.

대중매체와 자본이 대중의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유목민적 삶의 방식을 광고 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결코 들지 않는다.

정말 그러한 디지털기기로 무장을 하고, 3개월에서 6개월 단위로 기존의 디지털기기를 폐기하고 새로운 디지털 기기를 구입하는 삶을 산다고 해서 삶이 달라질까 ?, 더 행복해 질 수 있을까?.

왜 디지털 유목민이 되어야 하는지, 그래서 무얼 할 것인지, 그게 정말 가치 있는 삶의 방식 인지, 나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2009년 12월 9일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