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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라스의 괴물

우주론은 대략 두번 정도의 커다란 진보를 이루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뉴튼으로 인하여 고전역학이 만들어진 시기와 근대에 들어서 상대성 이론과 양자론이 완성된 시기쯤이라고 생각된다. - 완성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틀을 만들었다는 의미에서 -

뉴튼이 만들어낸 고전역학은 우주에 있는 천체들의 운동을 거의 완벽한 수준에서 예측할 수 있었다. 공기의 흐름과 중력과 같은 요소와 화약으로 가해지는 초기 힘을 알고 있다면, 거의 틀림없이 포탄이 떨어지는 지점을 예측할 수 있었다. 해서 라플라스라는 과학자는 현재 우주에 있는 모든 물질의 힘과 이동방향을 알고 있다면, 우주의 미래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을 했다. 우주는 뉴튼의 고전역학으로 매우 우아하게 표현될 수 있었으니, 그렇게 생각해도 큰 무리는 없었을 것이다. 이 우주의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는 가상의 생명체를 라플라스의 괴물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달리 말해서 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뉴튼의 고전역학이 완성되기 전까지, 혜성은 왕의 죽음이나 국가의 붕괴를 알려주기 위해서 신이보내는 신호 같은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고전역학이 완성되면서 혜성은 신의 신호가 아닌, 인간이 계산가능한 자연의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었다. 실제 이때부터 혜성의 주기는 일단위까지 매우 정확하게 예측되었다. 혜성뿐만 아니라 태양계의 다른 천체들에 대한 운동주기도 정확하게 계산해낼 수 있었다.

당시 시대는 교황의 영향력아래에 있었고 과학은 교회의 권위를 증명하기 위한 도구로 흔히 사용되었었다. 이러한 와중에 뉴튼의 아름답고 절대적이면서, 미래가 명확히 예측되는 우주론은 성경의 교리에 부합하는 면이 있었다. 오래전부터 구약과 신약의 묵시론적인 내용들은 많은 논란이 되어 왔었는데, 뉴튼이 등장함으로써 신은 우주를 완전무결하게 만들었으며, 신의 섭리안에서 우주의 미래는 결정되어 있다라는 식으로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우아한 우주모델은 300년이 채 되지 못해서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양자론의 탄생때문이였다. 양자론의 불확정성의 원리가 그것이다. 양자론에서는 물질의 존재가 확률로써 계산이되며, 관찰자는 결코 물체의 정확한 위치와 에너지를 알 수가 없다. 물체의 정확한 위치와 속도를 알 수 없다는 것은 우주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은 우주가 우아한 모습으로 남아 있길 원하던 아인슈타인같은 과학자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이론이였다. 전자가 지금 위치에 있으면 있는거지, 80%쯤있다고 하는것은 언뜻 생각하기에도 좀 이상하다. 하긴 상대성이론이라는 것도 인간의 직감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좀 문제가 있지만 말이다.

이것은 종교적으로도 심오한 문제를 잉태하게 된다. 성경의 묵시록의 경우 과연 그 예언이 정확하게 예측되는 것이 양자역학적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요한계시록을 살펴보면, 신에게 구원받을 인간의 숫자가 명시되어 있는데 양자역학과는 서로 모순이 된다. 예언이 정확히 들어 맞기 위해서는 미래가 결정되어 있어야 하는데, 양자역학의 지배를 받는 우주에서 미래는 결정될 수가 없다.

이래저래 심기가 불편했던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말로 양자역학을 부정했다. 아인슈타인은 무신론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쨋듯 우주가 그런 불완전한 상태로 남아있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싫었던거 같다.

지금은 어떤 객체가 사용가능한 준위에 머물러 있기 위해서는 불완전한 상태에 놓여있어야 한다는게 당연하게 받아 들여졌지만, 과거에는 그러하지 못했었다. 원과 구 정육면체, 정다각면체 등에서 아름다움을 느겼으며, 우주 역시 이러한 완전한 상태에 놓여있을거라고 생각을 했었다. 철학적으로도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불완전하다기 보다는 완전하다고 생각하는게 편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완전한 대칭을 이루는 것은 미성숙의 불완전한 객체인 경우가 많다. 태아는 최초에 거의 완전한 구의 형태라고 할 수 있으며, 3 방향에서 대칭을 이루고 있다. 원칙적으로 보자면 우아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성숙한 객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모순되게도 이 대칭이 깨질때, 인간다운 모습을 가지게 된다. 대칭이 크게 깨지면 크게 깨질 수록 점점더 인간다워 진다.

아인슈타인의 필생의 업으로 완성시키고자 했던 대통일장이론 - GUT - 도 결국은 지금의 대칭이 깨진 힘을 하나로 묶은 태초의 완전한 법칙을 찾고자 함에 있었다. 말이 헛나갔는데, 여튼간에 양자론의 불확정성원리도 초기 우주의 대칭이 깨짐으로 생긴 일종의 금같은 거라고 생각을 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럼 신은 존재하지 않는가

불확정성 원리로 인해서, 우주의 미래는 결정될 수 없게 되었다. 이는 신의 예언이 이루어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의미하게 된다. 물론 여기에도 몇가지 변명은 있을 수 있다.
  1. 신은 무엇이든지 가능하므로, 신 스스로가 예측불가능한 우주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예컨대 신이 없는 우주 ?
  2. 불확정성 원리로 인해서 우주의 미래가 결정될 수 없다는 것은 인간의 빈약한 사고에서 생겨난 제약일 뿐이다. 신은 불확정성 원리 조차 지배할 수 있을 것이다.
1번은 너무 말장난 같으니 그냥 넘어가고, 2번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고 한다.

... 그런데 문제가 좀 있다. 신이 아닌 인간이 신의 입장이 되어서 사건을 설명하는 것은 너무나 힘든일인거 같다. 해서 차원을 한단계 낮추어서 문제를 생각해 보기로 했다. 바로 프로그램을 통해서, 문제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예상했겠지만 인간이 신의 입장이 되어서 우주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지금 우주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여기에는 인간과 비슷한 디지털이미지로 된, 고등생명체도 만들 것이다. 그들은 내가 만든 우주에서 살아가며, 그 우주안에서 나름대로 사색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내가 이러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쉽게 미래가 예상될 수 있도록 환경을 설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환경을 설정하게 되면, 내가 만든 우주에 사는 꽤나 똑똑한 피조물들이, 프로그래머의 의도를 눈치채버릴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신은 이렇게도 허술한가 하는 핀잔을 듣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면 예상하기 힘든 환경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random(:12)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될 것이다. 이 random값을 잘 조정한다면, 시뮬레이션 내에서의 각각의 객체가 각각의 확률을 가지고 움직이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시뮬레이션안에 사는 피조물들은 프로그래머의 의도를 예측하기가 매우 힘들 것이다. 왜 각각의 객체는 예상한데로 움직이지 않는가 여기에는 어떤법칙이 있는가 하고 고민을 하겠지만, 쉽게 방법을 찾아내진 못할 것이다.

그러나 평범한 random 함수를 사용했다가는 똑똑한 피조물들에게 금방 들통이 날 것이다. random 함수는 주어지는 시드값이 동일할 경우, 동일한 일련의 랜덤값들을 출력하기 때문이다. 오랜시간이 걸리는 매우 힘든 작업이긴 하겠지만 어느날 아인슈타인 같은 뛰어난 피조물이 나타나서 모든 객체들의 데이터를 면밀히 조사한다면, 어떤 규칙이 있음을 찾아내고, 랜덤함수의 원형을 계산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더 좋은 방법은 그 세계의 것이 아닌 다른 차원의 장치들로 부터 랜덤값을 얻어내는 것이다. 예컨데, 컴퓨터를 구성하는 하드웨어의 불규칙성에서 랜덤값을 얻는다거나, 컴퓨터 외부에 다른 기계장치를 만들어서 랜덤시드를 생성하는 것이다. 컴퓨터의 하드웨어와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은 차원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으므로, 시뮬레이션 속의 피조물이 그들의 세계를 움직이는 이론을 완성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예컨데, 하드디스크위에 비트(:12)의 나열로 저장된 상태에서, 운영체제와 컴퓨터에 의해서 재현되는 프로그램이 과연 하드 디스크를 인지할 수 있을까 ?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시뮬레이션 우주를 운영체제가 아닌 가상머신에서 띄우게 된다면, 피조물이 운영체제를 통해서 외부세계의 장치에 접근할 수 있는 일을 원천봉쇄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우리의 세계는 예측 불가능하며, 고로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결정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 프로그래머는 램덤값을 얻어내기 위한 기계장치를 제어할 수 있으니, 주의 깊게 데이터를 수집한다면, 시뮬레이션 세계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간단하게 프로그램을 빠르게 실행시켰다가, 되감으면 되는것이다. 혹은 재실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식으로 시뮬레이션속의 피조물 들은 예측이 불가능 하지만, 프로그래머는 예측이 가능한 세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시뮬레이션속의 피조물의 어리석음을 비웃어줄 수도 있지 싶다.

따라서 프로그래머의 관점에서 본다면, 단순히 불확정성원리로 미래를 확정할 수 없다는 것만을 가지고는 미래가 예측될 수 없다라거나 그래서 신은 존재할 수 없다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아 물론 그렇다고 신을 믿어라라고 하는건 아니다. 그냥 내 생각이 그렇다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