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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수목금금금 야근이 일상화된 IT산업

진보신당과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과 함께 인터넷을 통해 "IT 노동 실태 온라인 설문 조사"를 벌였다. 월화수목금금금, 밥먹듯 이루어지는 불법적인 야근과 철야 그나마 수당도 주어지지 않는 열악한 노동환경의 실태를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IT 노동자의 불법 야근 현실을 참담하다라고 밝히고 있다.

1665명에 대한 설문조사결과.
  • 한주 평균 노동 시간 : 55.9 시간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일이 밀려 집에서까지 5.8 시간을 더 일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 한달 동안 휴일 출근 일수는 3.3일로 매주 주말 이틀 중 하루는 회사 출근
이를 근거로 하면 연간 노동시간은 3,000 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프랑스 (1533시간), 독일 (1433)시간 보다 2배 가까이 일을 더하며, OECD 평균 노동시간인 1768시간에 비해서도 1200시간 이상을 더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8시간 노동으로 치면, OECD 평균에 비해 150일 이상을 추가근무 하는 셈이다. 개월 수로 하면 무려 5개월 이다.

살인적인 불법 야근에 시달리는 것도 문제이지만 응답자의 76.7%는 전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변하고 있다. 그나마 18.7%가 일정 한도를 정해주고 편법으로 지급하고 있으며, 법대로 지급하는 경우는 2.3%에 불과 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노동착취인 셈이다. 이런 상습적인 추가근로로 만성 피로 82.2%, 근골격계 질환 79.2%, 거북목 증후근 73.1%, 두통과 속이 더부룩 하고 몸이 무거운 증세 69.0%의 신체적 이상증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정신적인 피해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생각된다.

대한민국에 닷컴 열풍이 불던 1990년 말부터 상시적인 야근과 철야는 계속 문제되어 왔으니, 수치로 확인했을 뿐 그다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고 하겠다. 거기에 대통령이 "정보산업 키워봐야 일자리만 줄어든다"고 말하는 나라에 살고있으니 오죽 할듯 싶다.

흔히 IT를 창조적 산업이라고 하며, 야근과 철야는 창조력을 좀먹으며 중장기적으로는 IT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트릴 거라고 말들을 한다. 크리에이티브 이런거 필요 없고, 걍 사람답게 일할 수 있도록만 해주면 된다.

야근이 일상화된 이유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의 결과일 것이다. 혹자는 개발자를 전문직이 아닌 단순 노동직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논리는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 단순 노동직은 야근을 해도 되는가 라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전문 노동직이든 단순 노동직이든 똑같은 노동직이다. 이것은 이유가 안된다.

열심히, 부지런히, 근명 성실하게 일하는 한국인의 습성이 야근을 만들어내는 원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건 어느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확실히 한국인은 근명성실하게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게 모범적인 시민상이자 모범적인 가장이 가져야할 태도 라고 가르쳐왔다. 이는 교육을 통해서 어느정도 내면화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우리의 야근문화는 지나친 면이 있다. 우리는 회사의 일외에도 자신만의 가치를 위해서 하고 싶은일을 찾고자 하는 욕망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일벌레라고 하더라도 일할 때 일하고, 쉴때는 좀 쉬고 싶다. 노동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나 ?를 열망하기 때문이다. 로또 대박에 꿈을 거는 이유는 결국 강제 (혹은 반강제)적인 노동을 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 삶에 희망을 걸기 때문이다.

근명성실의 내면화 외에 또 다른 야근의 이유로는 공포심이 도사리고 있다고 본다. 자본으로 버림 받을지 모른다는 공포심 말이다. 정글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에서, 모든 책임은 개인에게 귀속된다. 내가 돈을 적게 벌고, 그래서 다수에게 무시당하는 것은 내가 못낫기 때문 이며 무능하기 때문이며, 기회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잉여인간으로 추락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유주의로 대변되는 정글 자본주의 체제를 받아들이고 모든 책임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면서, 사회와 공동체의 역할은 의미가 없어졌다. 사회안전망은 사라지고, 경쟁에서 낙오하면 사회 낙오자가 되어 버린다. 이는 노동자로 하여금 실직이 엄청난 트라우마로 자리잡도록 한다.

왜냐하면 실직은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는, 그래서 무언가 다른 일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닌 개인이 쓸모 없어지는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에게 실직이 주는 스트레스는 이혼이 주는 스트레스에 필적할만 하다. 실직은 개인의 파탄 뿐만 아니라 가정의 파탄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야근은 근본적으로 강제적인 압력의 행사다. 인간은 강제적인 압력에 반발하려고 한다. 자유를 갈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포는 강제적인 압력에 굴복하게 만든다. 자본은 원래 이익의 극대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게다가 피도 눈물도 없으니, 기회만 있으면 강제적인 압력을 행사해서 더 많은 이득을 챙기려고 한다. 여기에 노동자가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어야 겠으나, 공포심이 이에 반발하지 못하도록 자신을 억제해서 어쩔 수 없이 야근을 받아들이도록 한다.

갑과 을, 회사와 개인간의 불공정 계약이 문제라고 한다. 왜 불공정 계약이 생겨나는가 ? 한쪽 측이 절대적으로 불공정한 관계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둘 사이는 근본적으로 불공정한 관계에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기는 하다. 결국 여기에도 공포가 관여한다. 개인이든 (을의 위치에 있는)회사든 경쟁에서의 낙오가 죽음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불공정 계약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체결할 수 밖에 없는게 지금의 현실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야근을 당연하고 자랑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노동자도 생겨난다. 흔히 강자와의 동일시라고 부르는 현상으로, 자신이 피할 수 없는 공포에 직면한 인간은 강자와 자신을 동일시 하는 것으로 심리적 위안을 삼으려고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예는 흔히 볼 수 있다. 처음엔 자신에게 (아무 이유 없이) 폭력을 가하는 선배에게 분노를 느끼지만 폭력이 계속되다 보면, 오히려 자신이 선배의 입장이 되어서 그래 얼마나 나를 사랑하면 나를 때릴까.!! 나를 때리는 선배의 가슴은 얼마나 아플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보호하려는 방어기재의 작동인 것으로 생각된다. 가정, 학교, 군대에서의 폭력이 끊이지 않고 세습되는 데에는 강자와의 동일시 현상이 자리잡고 있다.

이런 식으로 야근역시 긍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노동자가 하나둘 생겨난다. 야근을 사명으로 여기거나 즐기거나 기꺼이 받아들이는 모습,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예전에 티모사에서 건강을 잃고 가정이 파괴될 정도의 야근과 철야에 대해 성토를 하자, 내가 선택해서, 내가 즐거워서 하는 노동인데 이에 대한 비판은 온당치 않다라는 변명이 나온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일 거라고 생각된다.

물론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야근은 개인적인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야근은 강한 전염력을 가지고 전파되는 사회 문화적 현상이다. 예컨데, 회사의 장이 월화수목금금금 야근을 하면서 일을 처리하는 철인이라고 해보자. 회사 직원에게 이것은 단지 회사의 장의 개인적인 문제인가 ?

야근, 철야, 불법적인 노동행태가 바로 잡힐려면 사회안전망의 확충과 자본에 대한 올바른 시각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단순히 법을 정비한다고 해서 될일이 아니라고 본다.

출처 : 진보신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