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끼고 음악(:12)을 들으면서 프로그램(:12)을 작성하거나 사이트 디자인을 하는 모습은 적어도 이바닥에서는 낯선 모습이 아니다. 나 역시 업무의 상당시간을 이어폰을 낀 상태로 보낸다.
다른 곳은 어떨까 라고 생각해봤는데, 내가 아는 한 그리 자연스러운 모습은 아닌 것 같다. 일반 회사라든지 현장 근무중에 이어폰을 끼고 업무를 하는 모습을 본적은 별로 본적이 없는것 같다. 단 스피커를 통해서 음악을 듣는 모습은 본적이 있는것 같지만 역시 조그마한 소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히려 공장과 같은 현장에서는 사고위험이나 고장율 등의 문제로 이어폰을 끼는것 자체가 금지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부분의 회사역시 비슷하리라 생각된다. 금지를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암묵적으로 금기하는 분위기 정도 되지 않을까 ?
이 바닥은 암묵적으로 이어폰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하는 것을 허용한다. 코딩 혹은 디자인 작업할때에는 혼자작업하는 경우가 많으니, 이어폰을 낀다고 해서 업무에 지장을 받을일도 별로 없으니 문제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은 두가지 일에 모두 집중하기 힘들다. 그러므로 한번에 하나의 일에만 집중해야 한다라는 상식에 비추어 보았을 때는 역시 좀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 왜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거지 ? 뭔가 이유가 있는걸까 ?
얼마전에 내쇼널지오그라픽을 봤다. 서번트를 주제로, 이들의 특성에 대해서 분석한 프로그램이였다. 서번트는 음악, 수학, 미술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매우 특수한 사람을 일컫는다. 이 사람들은 적절한 천재가 아닌 진짜 천재다. 날짜를 알려주면 그날의 요일을 바로 계산해 낸다거나 - 서기 101년 12월 1일은 무슨요일 ? 하는식 -. 책한권 읽는데 걸리는 시간이 한시간인데, 그 책을 몽땅 외어버리는고 그렇게 암기한 책이 5000권이 넘는 다던지. 피아노곡을 한번들은 것만으로 완벽하게 재연연주를 할 수 있다는 등이 그것이다.
그 외의 다양한 영역에서도 천재적인 능력을 보여준다. 레인맨이라는 영화에서도 이러한 능력이 나왔었다. 카드를 한번 보면 몽땅 외어버리는 식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얻는게 있으면 잃는게 있는법, 이들의 대부분은 두뇌회로가 일반인과 다르다는 댓가를 치룬다. 선천적 혹은 사고에 의해서 후천적으로 두뇌회로에 이상이 생긴 경우다. 자폐증상, 창작에 대한 너무나 강렬한 욕구등으로 사회생활이 거의 불가능 하더던지 하는 등이 그것이다.
공통적인 사항은 사회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고도의 추상화능력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 대신 사물의 근본적인 것을 꿰뚫어보는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는 것.
인간의 뇌는 더 잘 추상화 하는 쪽으로 진화 혹은 학습을 받았다고 생각된다. 그래야 세상을 살아가기 편하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은행에서 송금을 하면서, 이게 어떠어떠한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송금되는지 경제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따위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컴퓨터를 통해서 쓴글이 도대체 어떻게 해서 공유되고 배포되는지 등에 대해서 자세히 신경쓰지도 않는다. 이들은 감추어져 있고, 보통의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몇가지 장치만을 가지고 생활한다.
이렇게 복잡한 세상에서 이런저런 세세한 것까지 신경쓰고 살았다가는 아마도 머리가 터져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추상화된 생각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면 확실히 유리한점이 있다. 일단 머리아플일이 줄어든다. 그리고 여러가지 일들을 보통 수준 이상으로해낼 수 있다. 이런 두뇌구조는 반복적이고, 이미 알려진 일을 하는데 매우 효율적이다. 반대로 사물의 근본을 분석, 분해,탐색해야 하는 창조적인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사물의 겉모습만 보도록 훈련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릴적에는 천재적인 소질을 지녔는데, 나이를 먹으니 소질이 사라진 경우는 어렵잖게 볼 수 있다.
서번트는 뇌에 이상이 생겨서 추상화를 담당하는 부분이 약해지고, 대신 원초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지나치게 강해진 경우다. 이 중 사회생활에 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적절하게 두뇌구조가 이상해진? 부류가 예술활동으로 큰 돈을 벌기도 한다.
마약을 먹어봐야 제대로된 예술활동을 할 수 있다는 얘기도 괜히 나온 얘기가 아닐 것이다. 머리가 맛이간 상태에서 정신이 해방되고, 사물의 근본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음악이란 인간의 정신을 적절하게 해방시켜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마약보다 약하긴 하지만 훨씬더 건전한 방법이다. 프로그래밍 혹은 디자인 작업은 반복작업이라기 보다는 창조적작업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이고, 이 경우 음악은 확실히 창조적인 생각을 해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프로그래밍을 위한 모든 과정에 있어서 음악이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정해진 패턴을 이용한 리팩토링(:12)을 해야 한다던지, 반복적인 디버깅 테스트 과정을 거쳐야 한다던지 하는 과정에서는 역시 집중해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은 창조적인 능력보다는 추상적인 정보와 툴들을 이용해서 얼마나 정밀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느냐 하는 집중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음악역시 선별해야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음악자체에 집중하게 하도록 만드는 음악은 좋지 않을 것 같다. 예컨테 원더걸스의 텔미 같은 노래는 오히려 역효과라고 생각된다. 음악자체를 감상하거나 음악을 통해서 떠오르는 이미지에 빠지는 것은 좀 아니라는 얘기. 트랜스류의 강렬하지 않으면서, 묘하게 빨려들게 하는 느낌의 음악이 좋지 않을까 ? 매트릭스에서 프로그래머인 네오가 트랜스류의 음악을 듣는다는 설정도 우연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음악을 옹호하는 예로는 집중의 전환이라는 것이 있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한번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15분 정도 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15분 정도 프로그래밍에 집중하고, 그 후에는 집중력이 떨어지는데 이때 음악이 관심을 잡아주고 다시 코딩을 하자는 거다. 이렇게 두가지를 병행하기 때문에 오히려 최대집중도가 높아진다는 관점도 있다.
또다른 예도 있다. 주변이 좀 시끄러운 곳에서 일을 해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때의 소음은 불규칙적이므로 신경이 분산되고 당연히 집중력이 떨어진다. 반면 음악은 대게가 익숙한 것으로, 뇌는 해당 정보를 부담없이 받아들인다. 결국 익숙하지 않는 소음은 차단시키고, 편안하고 익숙한 음악은 버리게 됨으로 집중력이 향상되는 경우다. 이를테면 주변소리 안들을려고 음악으로 귀를 막는 경우.
이쯤되면 업무시간에 음악을 듣는 것도 전향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결론은 음악들으면서 일하고 싶다라는 변명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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