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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빨리

스피드가 미덕인 세계에 살고 있다. 좀더 빨리, 더 많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그려러니 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프로그래머(:12)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과연 프로그래머에게 있어서 스피드는 미덕인가.

처음 위키(:12)와 블로그를 봤을 때 좀 생뚱 맞았다. 이거 게시판이잖아!!. 게시판이랑 다른게 뭐지 ? 위키는 같이 편집가능한 게시판이고, 블로그는 뭐 댓글달 수 있는 게시판이네..!?

마찬가지로 린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이니, 애자일(:12) 방법론이니 봤을적에도 그랬다. 이거 뭐 뭔가 대단한게 있을 줄 알았더니, 이미 다 알고 있는 것들이잖아. 페어 프로그래밍? 이거 우리도 가끔하는 거고, 빠른 의사소통과 결정을 위한 회사문화 만드는거, 그것도 대충알고 있는 것들이고 말이지. 그런가 하면 web2.0도 그렇다. 거품이 끼였다는 얘기도 들리고, 가만히 보면 이미 다 알고 있는 것들이다.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다. 그거 기존에 있는거, 이리저리 짜맞춰서 영업하기 좋게 포장한것일 뿐..이라고. 별거 아니라고. 때때로 포장의 달인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근데, 정말 개념인이야 말로 기존의 다른 객체의 특징을 끄집어내어서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내는 얘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의미를 부여할줄 아는 능력을 지녔다고나 할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줬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 꽃이되었다.. 라는 시도 있잖은가.

우리들의 문제점은 뭐냐면, 외연의 확장에 너무 집착한다는 것에 있지 않을까. 게시판을 예로 든다면, 게시판 나오니까 하는 것이 게시판의 외연을 확대시키는 일, 그러니까 다중 파일첨부가능하게 하고, 예쁜 템플릿 적용 기능이라든지, 겉모습을 화려하게 한다든지, 필터링기능을 집어 넣는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그동안 쟤네들은 게시판의 내연을 확장 시키는 것에 관심을 둔다. 커뮤니케이션 툴로써 게시판이 가지는 장점과 단점 여기에 커뮤니케이과 기저에 깔린 문화 자체에 대한 고찰을 하고, 그 결과로 위키와 블로그(:12)를 만들어낸다. 위키(:12)를 내가 처음 본게 한 7년전인 2001년 쯤이였던듯 싶다. 그때는 위키에 대한 아이디어와 이걸 구현한 프로토타입의 php로된 간단한 시스템이 하나 있었을 뿐이다. 이거 보고 정말 할일 없는 얘들이네라고 생각했는데.. 왠걸.. 지금은 하나의 "문화"가 되어 버렸다. 그때 봤던 위키시스템이 모인위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매우 초기버전이였다. 정말 촌스러운 시스템이였다. 블로그도 마찬가지이지, 우리가 게시판 기능확장하는데 주력하고 있을때, 얘들은 블로그를 만들었고 블로그와 위키는 하나의 문화가 되어버렸다.

개발방법론들 역시 마찬가지이지. 문화를 만드는건 걔들이고, 우리는 도입해서 사용하거나, 외연을 확대하는데 집중한다.

이렇게 된 이유는 성과지상주의, 인문학에 대한 잘못된 인식, 학문의 수단화이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들을 수단으로 해서 얻으려고 하는 것은 경쟁에서의 승리. 배움은 경쟁에서 싸워이기기 위한 수단이 된다. 경쟁의 도구가 되면 외연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에서 자신의 겉모습을 크게 보이는 전술은 동물의 세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인문학이 중요한 이유는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여서 이걸 자기내면화 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주는데 있을 것이다. 예컨데 사유하는 능력, 그래서 자기것으로 만들어주게 한다고나 할까 그런거지. 이게 없이 정보(텍스트)를 받아들이면, 이건 텍스트를 소비하는 것일 뿐. 그냥 메신저가 되는거지. OECD 국가들가운데, 국어로된 전문해독능력이 제일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게 우리나라다. 때때로 우리에게 필요한건 전문지식이 아닌 인문/사회/역사/철학 지식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국민의 90%가 대학을 나오고, 80%가 토익 900이상- 좀 과장해서 -, OECD 국가중 가장 많은 시간을 일하는 민족, 중학생들 조차도 자정이 훌쩍 넘어서 퇴근 - 사실 이정도면 교육이 아니고 노동이지 - 할정도로 근면 성실한 앨리트로 뭉쳐진 국가인데, 문서해독능력이 떨어지다니.. 텍스트를 시간을 그냥 소비하기 때문아닐까. 대학이 수단이 되어버려서, 논술같은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요런거까지 소비대상이 되어버리고, 영어도 마찬가지고, 수학, 과학 뭐 다 마찬가지고.

그러다보니, 더 빠른 소비가 중요하게 되었다는 말씀인데, 문제는 이게 우리의 생활을 오히려 힘들게 만들고 있다. 요즘은 새로운 기술이 너무 빠르게 나와서 말이지.. 30만 넘어도 젊은 얘들을 따라갈 수가 없어라는 말을 어렵잖게 들을 수 있다.

스피드라는 관점에서 보면 당연히 그렇다. 스피드는 물리적 한계가 비교적 명확하다. 또한 스피드 경쟁은 군비경쟁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군비경쟁에 뛰어든 사람들은 당연히 고달픈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 40대가 20대와 스피드 경쟁을 할려고 하면 좌절할 수 밖에.

경쟁에서 이길려고, 열라 노력해서 아놀드 슈왈츠 제너거 근력만들어봤자. 또다른 아놀드 슈왈츠 제너거랑 경쟁해야 되는 거거든.

자고로 프로그래머는 게을러야 한다라는 얘기가 헛 얘기가 아닌거 같더라는 생각이 든다. 프로그래머도 책도좀 읽고, 정신도 맑게 그렇게 느긋하게 세상을 살아가야 되지 않을까 싶다. 돌아가는게 빨리가는 거란 얘기도 있잖은가. 행복하기 위해선 게을러져야 한다는 얘기는 프로그래머에게만이 아닌 모두에게 해당되는 얘기가 될 것이다.

무엇을 위한 바쁨인가. 무엇을 위한 경쟁인가. 무엇을 위한 소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