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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잡다한 생각들의 향연...

최근들어 애자일관련 글들을 보면, 초반의 열렬한 환호의 단계를 지나서 이론은 좋은데 뭔가가 좀 허전하다?라는 류의 다소 비판적인 글들이 많아 진것 같다. 그 이유에 대해서 다시한번 곰곰히 생각해볼까 하다가, 우선은 애자일이 나오기전의 조직관리가 어떠했는지 되짚어보는 것도 좋을것 같아서 간단히 정리해보기로 했다.

우리가 사회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조직관리체계는 맥컬럼이라는 사람이 만들었다. 그러니까 사장밑에 부사장 있고, 그 밑에 부서별 장이 있고, 과장있고 일반사원이 있는 하향식의 Hierarchical(위계적)한 조직구성이다. 이러한 조직구성을 도표로 나타낸 것을 조직도(Organization Chart)라고 한다. 맥컬럼은 이 조직도를 처음으로 만들어낸 사람으로 인정되고 있다.

이 조직은 예를들어서, 각 장급이 6명의 팀원을 관리한다고 했을적에, 1300명의 사원이 있다면 3단계의 계층적 높이를 가지는 조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사장 > 부사장 > 부장 하는 식이다. 아래는 조직도의 일반적인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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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조직구성은 이른바 birthday paradox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birthday paradox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어떤 조직의 구성원이 많아질 수록 복잡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문제는 흔히 네트워크 효과로 설명되어지기도 한다. 구성원이 1명에서 10명으로 늘어나면 복잡도는 10배가 아닌 팩토리얼하게 늘어나게 된다. 이런 얘기다.

birthday paradox는 50명의 구성원이 있을적에 생일이 같은 구성원이 있을 확률은 얼마인가라는 문제에서 나왔다. 이게 언뜻 생각해보면 50/365인데, 이건 개인만을 기준으로 했을 경우이고, 제대로는 각각의 구성원에 대한 경우의 수가 모두 더해져야 하므로 실제 계산을 해보면 (대략)95%이상이라는 답이 나오게 된다. 구성원이 23명일 경우 50%정도가 된다. 심심하면 계산해 보기바란다, 여하튼지간에 조직의 구성원이 많아지면 경우의 수가 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그만큼 복잡해진다는 얘기를 함축하고 있다.

회사조직으로 얘기를 해보자면, 조직의 규모가 늘어나면 관리비용이 수익을 초과해버리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선형적이 아닌 급수적이다 이런 얘기가 되겠다.

맥컬럼 조직관리체계가 만들어진건, 미국의 철도운송시스템의 복잡도를 해결하기 위함이였다. 이론은 간단하다. 각 철도레일을 구간별로 명확하게 나누고, 구간을 관리할 을 둬서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하겠다는 거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당연히 상식적인 관리방식이겠지만 당시로서는 아주 획기적인 관리 방식이였던것 같다. 실제 구간별 (업무별)로 조직을 나누고, 각 구간별로 관리자를 두어서 책임을 명확히 지우고, 각 장으로 하여금 수집된 정보를 요약정리해서 상위 장에게 보고한다라는 원칙은 현재 대부분의 조직에서 상식적으로 적용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이 방식이 매우 성공적이였음은 말할필요가 없을 것이다. 정부조직,기업조직은 물론이고 동아리, 동창회, 조기축구회와 같은 사조직까지 쓰이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이니까 말이다.

물론 이 방식도 당근 문제가 발견되었다. 일정 규모이상을 넘어가면 관리비용이 조직이 만들어내는 수익을 초과하는 때가 온다는 것.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던지 간에 규모가 커지게 되면, 수익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일 것이다.

이러한 한계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줬던게, IMF 이전의 대기업의 행태였을 것이다. 대기업들은 맥컬럼 조직관리체계를 잘만 제어할 수 있다면, 항상 관리비용을 조직이 만들어내는 수익이하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 관리비용이 수익보다 더 낮은 수준에서만 유지된다면, 사업을 벌이면 벌일 수록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다. 그래서 나온게 문어발식 사업확장이시다.

.. 결국은 IMF를 계기로 망하거나 매각되거나 정리되었다. 부당거래, 비리, 방만한 운영이 그 원인이었다. 조직이 커지면 처리해야될 정보의 양이 많아지는데, 정보가 많으면 판단이 힘들어지는게 정보공학의 원칙이다. 그러다보면 비리, 방만한 운영등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해버린다. 판단자체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결국은 이게 조직관행이 되어버리는데, 이래서야 조직이 제대로 운영될리가 없을 것이다. 이게 내부러 부터 곪아 오다가 터진게 IMF인 거고.

또다른 문제는 조직이 커지면서 경성화된다는 거다. 하향식 정보전달이 이루어지는 조직에서 볼 수 있는 문제다.

말단 사원이 알고 있는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 계층마다 정보의 양과 질에 있어서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 같은 계층이라고 하더라도 카테고리 (부서)가 다르면 정보를 알 수가 없다는 것.

이렇게 정보의 양과 질이 달라지니, 이걸로 계급이 나누어지게 되고, 결국 조직의 최상위 권자는 막강한 지위와 권한을 가지게 된다. 대기업 총수가 막강한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막강한 권력에는 그에 비례하는 책임이 따라야 하겠지만 이게 또한 그렇지도 않다. 왜냐하면 밑바닥의 실무자는 가지고 있는 정보자체가 없기 때문에, 발을 뺄수가 없기 때문이다. 좋은 변호사만 고용할 수 있고 거기에 약간의 권력만 가지고 있다면 명백해 보이는 범죄도 무죄로 만들 수 있는 것처럼,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윗분들은 정보를 변호사 삼아서 명백해 보이는 실수도 피해가거나 밑에 얘들에게 떠넘길 수 있게된다. 왜 안 좋은일이 생기면 깃털만 무수히 날리는 것일까.

또한 위계질서는 경쟁을 만들고, 계층간 정보교류를 어렵게 만든다. CEO는 모든 정보를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각계층의 이익과 필요에 따라서 요약,왜곡,때때로 조작된 정보가 CEO엑 올라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막상 CEO와 사원간의 대화가 전혀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가 CEO라는 2MB와 국민간의 소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도 설명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되는 조직문제가 나와 우리 조직만 잘되면 된다라는 부서간 이기주의괜히 문제 만들지 말자. 시키는 일만 잘하면 땡큐하는 복지부동이다. 괜히 일 만들었다가 문제 생기면, 갈굼당하는건 일을 만든 당사자이다. 오픈소스를 도입하려고 해도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가 "나중에 문제생기면 갈굼당하니까"인 것만 봐도 복지부동이 생기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사실 일의 추진여부는 위에서 결정하는 것인데 말이다. 그렇다고 모든 책임이 위엣 사람들에게 지워지는 건 아니겠지만, 추진을 결정하기 위해서 서로 협력하고 협업하고 그에 걸맞는 책임을 지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면, 설사 일이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그걸 진정한 실패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경성화된 조직은 정보불평등, 업무에 대한 불만, 평가와 조직에 대한 불신을 키우게 된다. 덤으로 현대 정보화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중 하나라고 하는 창의력을 말살시킨다. 컨테이너 벨트에서의 노동자가 그러하듯이, 주어진일만을 똑소리나게 처리하는 사람으로 만들어낸다. 그냥 주어진 일만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창의력이 발휘될 수 있겠는가.

요러한 표준적인 맥컬럼 조직이 가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아마도)여러가지 시도가 있었을 거라 생각된다. 아마도를 붙여서 어물쩡 넘어가려는 이유는, 이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부하기도 더 귀찮고. 나중에 시간이 되면 한번 고민해볼까라고 생각만 하는 중이다.

하지만 국내의 대기업의 조직이 나쁜방향으로 기존의 조직이 가지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것은 분명해 보이니, 이에 대해서 좀 얘기해볼까 한다.

전체주의국가, 독재국가가 체제의 비효율성과 문제점을 감추기 위해서 매체를 이용해서 선전하듯이 전체주의적인 기업역시 사원을 교육시키고 세뇌시킨다. 이러한 상명하복의 조직형태가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적인 것이고 진실한 것이라고, 이때문에 발전을 했왔으며 앞으로의 발전을 약속해줄 것이라고, 이러한 조직에 소속된걸 자랑스러워 하라고.

조직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신에, 선전을 해서 조직에 순응하는 인간을 만들고자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조직문화가 바뀌게 되면, 기업총수의 막강한 지배력을 잃어버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기업총수의 막강한 지배력이라고 하는 것은 분명한 위계질서와 여기에서 생겨나는 정보의 독점인데, 조직을 연성화켜서 더 평등한 조직이 만들어진다면 정보장악력이 그만큼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군대는 이러한 상명하복식 조직체제에 쉽게 순응할 수 있는 인간을 만들어내기 위한 인재양성소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기도하니, 그런 인재를 찾아내고 만들어내는 것도 그닥 어렵지 않다. 최근 국방부의 불온서적 목록에 삼성왕국의 게릴라들류의 책이 자본주의 체제를 부정한다는 이유로 포함된걸 보면, 기업에 봉사하는 정부와 군대라는 말이 헛말이 아니라는걸 느끼게 해준다. - 근데, 기업비리야 말로 자본주의 체제를 무너트리는 불온한 행위 아니던가 ? -

하지만 선동과 선전을 통한 정보의 조작과 왜곡만으로는 잘못된 조직이 가지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 관리비용이 들어가는 건 분명한 사실이고, 눈덩이 처럼 불어날게 뻔하기 때문이다. 불법증여, 분식회계, 탈세, 각종 로비에 들어가는 비용과 이들 조직을 관리하기 위함 엄청난 비용들..

이 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법은 두가지가 있을 것이다. 첫째는 조직을 바꾸어나가는 것, 둘째는 다른 곳의 이익을 가져와서 메꾸는 것. 첫번째 방법은 포기하신것 같고, 선택한게 두번째 방법인 것 같다.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조직의 유지에서 만들어지는 비용을 메꾸려면, 추가적인 이득을 만들어서 메꾸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나오는게 임금 노동자에 대한 착취아니겠는가. 예컨데, 분식회계, 탈세, 불법증여 아뭏든 각종 다양한 비리에 동원된 돈다발은 사실은 노동자의 몫이다. 그러다가 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고통분담차원에서 임금노동자만 대량으로 길거리에 나앉아야 한다.

이러한 조직은 그 수장이 신격화 된다는 특징도 가진다. 잘못은 밑에 사람들이 못난 탓이고, 잘된 것은 수장이 똑똑하고 잘나서이다. 잘난 사람 한두명이 조직 전체를 먹여살릴 거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지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진정한 문제는 이러한 조직체제를 21C 정보화시대에도 그대로 끌고가려고 한다는 점이고, 대기업 프랜들리한 정부가 이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한다는 점이다.

음.. 원래는 애자일을 설명하기 전단계로 현재 기업들의 일반적인 조직관리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했는데, 얘기가 좀 옆으로 세어버린 것 같다.

결론은 기존의 조직관리체제는 딱딱하며,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정보산업에는 적당하지가 않다. 새로운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라는 얘기가 되겠다. 다음에는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관리체계로써의 애자일에 대한 새을 정리해 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