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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어느날

폭포수 개발 방법론

물론 웃자고 그린 그림이니 심각하게 고민에 빠지진 마시라... 하지만 그냥 웃고 넘기기엔 가슴 한 구석이 아려오는 느낌이 드는 개발자 사람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이 분야에서 하청에 하청에 하청에 하청 구조를 역겹게 보는 개발자들이 상당히 많다. 아니 대부분 그럴려나 ? 이른바 하청을 주는 원청 업체는 (하청 업체는 하위 하청업체의 원청 업체가 되겠다.) 기술적인 내용에는 신경쓰지 않는 경우가 많고, 자세히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렇긴 하다. 도배 기술자를 고용해서 도배를 시키면서 도배의 세부적인 기술까지 신경쓸 필요가 어디 있는가. ? 소프트웨어 개발은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하청을 주는 측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청 구조는 일반적인 구조다

하청 구조에 대한 가치판단을 하기전에, 하청 구조는 현대 기업들의 일반적인 사업운영전략임을 알아야 하겠다.

20C 말까지만 해도 기업의 평가는 자산을 얼마나 많이 소유했는가로 결정되었다. 얼마나 많은 부동산, 얼마나 많은 정보, 얼마나 많은 부서, 얼마나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가이다. 그러나 이제 얼마나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으로 기업을 평가하지 않는다. 얼마나 네트워크를 잘 유지하고 있는지, 어떤 네트워크에 속해 있는지로 기업의 가치가 평가된다. 지금의 기업은 소유하는 자산을 가능한한 처분하거나 네트워크 내에 공개를 하는 방식으로 기업을 운영한다.

예전 기업이라면, 기업전략, 마케팅, 연구, 판매, 부동산, 회계, 여러가지 정보들 심지어 청소까지를 모두 소유하고 이를 관리했다. 이들 정보는 지켜야 하는 매우 중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를 외부에 공개한다는 것은 곧 회사운영을 포기하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였다.

지금 기업은 핵심적인 몇 가지만 소유하고 나머지는 모두 하청이라는 이름으로 공개한다. 기술연구는 하청 중소기업, 회계는 전문 회계법인, 청소 용역, 전략/전술 컨설팅, 마케팅/고객 컨설팅 등등 모든 것을 (하청 업체에)공개해서 처리한다. 회사 규모의 상징이였던 부동산은 처분되고 있으며, 부동산을 가지지 않은 회사들도 많다. 기업은 단지 하청업체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만을 관리할 뿐이다.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대량생산/대량소비 시대가 아닌 지금의 정보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몸을 가볍게 해서 유연하게 적응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구조는 유연성을 담보한다.

때문에 하청 구조는 기업의 입장에서 일반적인 구조이고, 현재로서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구조이며 흐름이다. 뭐라고 해야 할까. 하청 구조는 그 자체로는 가치판단이 힘들다는게 내 생각이다.

폭포수 모델을 따르는 하청구조

문제는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효율을 높이려고 만들어진 하청구조가, 위에서와 같은 네트워크가 아닌 폭포수 구조를 가지게 된다는데 있다.

이러한 구조를 우리는 이미 본적이 있다. 20C의 기업들이 기업내 정보를 관리하기 위해서 사용했던 테일러(:12) 조직 구성 방법이다.

시대의 대세를 따라서 네트워크 시스템을 만들기는 만들었는데, 기존의 테일러 주의에 따른 조직관리를 테일러 주의에 따른 기업관리로 확장시킨 것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폭포수 하청 시스템이 되어버린다.

이런 구조는 기성 기업이 가지는 문제들을 고스란히 상속받는다.
  1. 정보 불균형
    • 테일러 구조에서 각각의 노드는 하위 계층의 정보를 취합하고 필터링 해서 상위 계층으로 올린다. 때문에 동일 계층및 상하 계층간 정보 불균형이 발생한다.
  2. 권력형 위계 구조
    • 권력은 정보에서 나온다. 정보 불균형은 자연스럽게 권력의 불균형을 만들어낸다.
  3. 문제점
    • 권력 불균형은 많은 경우 불공정 관행을 만들어내고, 이는 테일러 구조를 따르는 기성 기업에서 발생했던 것과 비슷한 류의 문제점을 만든다. 권력의 불균형이 반드시 불공정한 관행을 만든다고 가정할 수 없기는 하다. 이를테면 드라마 상도에서 볼 수 있음직한 도덕적인 기업주도 있을 수 있을 것 아닌가 !? 그러나 원청업체는 대개의 경우 법인이다. 실제 인격을 가지고 있지 않다. 법인은 최대한의 이익을 남기면 그뿐이다. 설사 CEO가 도덕적이라고 하더라도, 주주의 이익과 하청업체와의 이익에서 균형점을 찾아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주의라는 말은 인격을 가진 회사의 비인격성을 얘기한다.
    • 기존의 테일러 구조에서 인간이 조직의 소모품이 되었다면, 이 구조에서는 기업이 하청구조의 소모품이 된다.
    • 이 시스템은 위계적이고, 권위적이기 때문에 전체 조직을 경직시킨다. 을,병,정 으로써 상위 계층 업체와의 업무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면 동감할 것이다.
    • 통제된 정보와 이를 근거로하는 불공정 관행들이 생겨난다. 정보 조작은 특히 중요한 활동인데, 정보 조작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로비다. 하청, 재하청 구조에서 시간/인력/기술과 관련된 비용 조작은 정보조작의 가장 흔한 예다. 이러한 조작에서 희생양이 되는 것은 하청업체의 운영자와 직원들이다. 하청업체의 비애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 테일러 조직 구성은 몇몇 경우에 효율적으로 작동하지만, 정보의 양이 많아지고 정보의 회전이 빠른 상황에서는 비효율적으로 작동한다. 많은 정보기업들이 테일러 조직 구조를 주도적인 조직 구성방법으로 사용하지 않는 이유이다. 이 경우 원청업체는 비효율로 발생하는 비용을 하청업체에 떠넘기고자 하는 유혹을 받게 된다. 손실을 메울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 하청 업체는 제살깍아먹기 경쟁을 하게 된다.
  4. 하청구조가 원래의 취지를 살리고자 한다면, 폭포수 모델을 버리고 네트워크 모델을 채택해야 할 것이다. 요즘들어 상생이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나도 살고 너도 살고, 기업도 살고 노동자도 살고, 원청업체도 잘살고 하청업체도 살고 SSM도 살고, 지역 슈퍼도 살고 소비자도 살고..

    원청/하청 구조에서 서로 상생하는 구조로 가려면 폭포수형 하청 구조를 버리고, 애초의 네트워크 구조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네트워크 구조에대한 가치판단

    하지만 네트워크 구조를 가진다고 해서 소위 말하는 상생의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 그렇게 쉽지는 않다. 현재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네트워크 구조가 되더라도, 중앙집중형 네트워크 구조가 될 가능성이 꽤 높기 때문이다. 역시 칼자루는 원청업체가 쥐고 있게 될 확률이 대단히 높다는 얘기다. 칼자루를 쥐는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는 과도한 경쟁 구도를 만드는 것이다.

    앞서 네트워크 형태를 지향해야 한다고 했지만, 네트워크 형태도 다양하다. 크게 3가지의 네트워크 형태가 존재한다. 중앙집중형 네트워크, 탈 중앙 집중형 네트워크, 분산네트워크다.

    이중 중앙집중형과 탈 중앙 집중형 네트워크는 폭포수와 그닥 차이가 없다. 위상 구조만 약간 바꿔주면 폭포수 모델이 된다. 그러므로 역시 분산네트워크형 구조로 가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네트워크에서 강력한 권한을 가지는 기업이 생겨나지 않도록 하는 규제가 필요하다. 자유시장 주의자라면 반감을 가지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