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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 강박 증후군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나오는 신기술 때문에, 살 수가 없다. 기술의 트랜드를 따라잡지 못하면 퇴출된다. 한번 배워 놓으면, 그 자체가 경험이 되어서 정년때까지 써먹는 그런 직종에 비하면, 정말 이짓은 할짓이 못된다.

IT 종사자라면 들어봤음직한 얘기다. 나도 한때 그랬었다. 이런 저런 새로운 기술 습득하지 못하면, 낙오하고 말거라는 느낌에 한달동안 10권이 넘는 책을 구입하고 그걸로 위안을 삼았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책장에 꽂혀있는 이들 책들의 대부분은 1장 정도만 읽어본채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으시다. 지금생각해보면 이 책들이 나에게 필요해서 산게 아니였던다. 신기술에 대한 강박증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입했던 것이다.

물론 새로운것을 배운다는 것은 그 자체로 좋은 것이다. 생활에 자극이 될 수도 있고, 재미를 줄 수도 있다. 때때로 경쟁력이라는 것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문제는 배움에 대한 강박증적인 불안감을 가지는 것. 배움은 즐거움이 되어야 하지 않던가 ? 리누즈 토발즈도 말하지 않았던가. 그냥 재미로 하다보니 문득 지금의 자기가 되었다고.

신기술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서 달리 생각해보자면, 새로운 것이 쏟아져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산업이 안정화 단계에 이르르지 못했음을 의미하는 것아닐까. 산업이 학문적, 기술적으로 성숙한다면,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것이 쏟아져 나올일이 없을 것이다.

얘긴즉슨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신기술들의 9할 이상은 몇년후 기억에서 사라질 것들이고, 채택되는 기술이라고 하는 기술들도 당장 익히지 못하면 하늘이 무너지는 그런게 아닌 수년은 검증된 후에야 그제서야 조금씩 현장에서 쓰이는 것들이라는 것이다.

XML, DOM, COM, x-internet?, php, asp, C#, Ajax, flex, javascript, ActiveXX, 임베디드, linux, mysql, .NET, Oracle, python, ruby, 각종 프레임워크, 최근에는 함수형언어들, Oracle 관련 수많은 기술들, Java 관련 기술들 이외에도 언뜻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기술들. 이들 기술들에 압사당할까 덜덜덜 떨었지만 막상 저것들을 익히지 못해서 인생이 막장으로 치달았다는 개발자는 본적도 없고, 순식간에 업계를 뒤흔들어 버린 경우도 경험을 해보지 못했으며, 덕분에 인생이 폈다는 개발자를 본적이 없다. 아주 예외적으로 시기적절하게 관련 책을 펴낸이 중에서도 운좋은 몇명이 약간의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는 얘기 정도외에는 말이다.

대부분은 아무런 일도 없었던듯이 생활을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과 여기에서 파생된 도구가 세상을 바꿀 거라고 생각을 한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도구들은 어떤일을 하는데,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위키를 예로 들자면, 위키는 새로운 기술이지만 전혀 다른 어떤 혁신적인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을 제시한게 아닌, 커뮤니케이션의 장애물을 제거해 줬을 뿐이다. 물론 장애물을 제거해주었다는 자체로도 의미있는 일이겠지만, 근본적으로 중요한건 집단과 커뮤니케이션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새로운 언어가 나올때마다 항상 우리는 이제 "기성언어의 시대는 갔다"라는 얘기를 듣는다. 보통은 실패하기 마련인데, 이때의 변명은 기존언어의 관성,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보수적인 기술자들, 기타 산업의 구조를 예로 든다. 함수형언어를 생각해보자. 많은 개발자들이 함수형언어의 복음을 전파한다. 정말로 세련되고 수학적이며 그러하기 때문에 사이드 이펙트도 발생하지 않고 명확하게 기술되는 이러한 언어야 말로 개발자들이 다루어야할 언어다라고 한다. 사실이긴 하지만, 이 새로운 언어는 기존언어가 가지는 많은 장애물중 몇개를 제거한 것일 뿐이다. 또한 그 장애물이란 것이 모든 문제를 푸는데 있어서 장애물일 필요도 없다.

수학은 과학의 언어다. 국어나 영어와 같은 언어들보다 특정 현상을 아주 명확하게 설명해줄 수 있다. 거기에 간결하고 명료한 매우 세련된언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수학이 일상의 언어를 대신해서 사용되어지고 있는가. 과학 논문조차도 수학은 10%이내로만 사용되는게 현실이다. 많은 부분은 일상적인 언어로 설명하기 곤란한 곳에 부분적으로 수학이 사용될 뿐이다. 흔히 말하기를 수학공식보다 논리적인 사고방식이 근본적으로 중요하다고 하지 않는가.

정작 중요한건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도구가 아닐 것이다. 이것들은 바깥의 것들 즉 외연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이 아닐까 싶다. 외연의 영역을 확대시키고자 하는 것은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욕망에 닿아 있을 때가 많다. 경쟁이 미덕인 사회일 수록 - 알고보면 필요하지도 않은 - 새로운 도구, 새로운 기술, 새로운 정보에 그렇게 목말라 한다. 이러한 것들도 분명히 필요하겠지만,주위를 보면 오히려 우리의 창의력, 정신, 생활을 파괴한다는 생각이 든다.